한 그루 나무에서 배우는 것
알고 지내던 목수 한 분이 있었습니다 . 언젠가 그 노인이 내게 무얼 설명하면서 땅바닥에 집을 그렸습니다 .
그는 먼저 주춧돌을 그린 다음 기둥 , 도리 , 들보 , 서까래 , 지붕의 순으로 그렸습니다 . 그가 집을 그리는 순서는 집을 짓는 순서였습니다 . 일하는 사람의 그림이지요 .
세상에 지붕부터 지을 수 있는 집은 없는 데도 늘 지붕부터 그려온 나의 무심함이 부끄러웠습니다 . 나의 서가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낭패감을 느꼈지요 .
진정한 지식과 정보는 두 발로 우뚝 선 우리의 삶과 사랑 , 봉사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으며 ,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서서히 성장하는 것일 겁니다 . 그것은 바깥에서 얻어 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씨를 뿌리고 가꾸어야 하는 한 그루 나무와 같은 거겠지요 .
-“나무야 나무야” , 신영복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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