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순님의 뜨락

달디 달았던 풋대추 한되,,,^^

무명_무소유 2008. 11. 9. 22:52

얼마전 얘긴데요.

시숙모님이 풋대추를 한되 사오셨어요.

" 작은 어무이,, 대추는 와 사오셨어예,,?" 

" 질부,,풋대추 엄청 좋아 안하나,,^^"

사실 제가 풋대추를 참 좋아하지요,, 한자리서 한되 먹는건 장난도 아니랍니다.

 

그러기 며칠전

치매 요양병원에 입원하고 계신 시삼촌을 방문 했었어요.

연세가 72세 이신데,,술을 넘 많이 드셔서 40대 중반부터 알콜성 치매를 앓고 계시지요.

옛기억만 있으셔서  갈때마다 오랫만이라구,,,^^

 

" 질부 아이가,,진짜 오래마이네,,질부야 방갑데이,," 하시며

제 손을 쓰다듬고 또 쓰다듬고 하시자,,

"어디(어떤) 시삼촌이 질부 손을 씨담고(쓰다듬고) 그라드노,,"

하시며 숙모님이 넘 민망해 하셔서

" 뭐 어때요,, 한방에서 동거한 사인데요,,ㅎㅎ"

" 그기(그것이) 무신(무슨)소리고"

"ㅎㅎㅎ 그런 사연이 다 있었지요"

"ㅠㅠㅠㅠㅠㅠㅠㅠ"

 

그때 저는

아기 둘 딸렸어도 좀 일찍 결혼한지라 새파란 새댁같은 나이였죠,,(27세)

 

치매 초기증상으로 가정을 잘 돌보지 않고

나돌아 다니시는 시삼촌 땜에 숙모님 고생이 많으시다고

울집에 오실때면 형님(시아버님)께 꾸중을 많이 들으셨어요.

 

두칸 방에 세얻어 한방엔 시아버님(홀아버님)모시고 살던 시절이라

쪼그만 방에 애들 둘과 남편과 제가 누워도 비좁은 방인데,,

시삼촌께선

형님께 삐치셔서 걸핏 함 제 방에 주무시는거에요.

물론 남편 옆이지만 불편함은 말할수 없었지요.

남편과 연령 차이가 많지 않았는데

약간의 치매초기 증세로 저의 방에 주무셔도 되는지,,조차도 무신경 하셨어요.

남편은 그런 삼촌이 안돼 보였는지 당연한듯 말이 없고

물론 저도 치매끼 땜에 순수해 뵈는 시삼촌이라 불편함은 당연 제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지냈지요.

이웃에선 별일이라고 수군 거렸구요.

황당한건 그런 일을 시댁에선 당연시 했었답니다.

 

삼십년 지난 일을 웃으며 얘기 드렸더니,,숙모님이 얼마나 미안해 하시던지,,

그동안 숙모님은 모르고 계셨던가 봐요.

 

" 제가 풋대추 좋아하는거 ,,작은 어무이가 우째(어떻게)아시는데요,,?"

"제사때 마다 질부가 대추를 맨먼저 묵더라 아이가,,ㅎㅎ"

 미안하단 말씀은 없으셨어도,,

계면쩍은 미소를 지으시며 숙모님이 제손을 쓰다듬어 주셨어요.

(이후 제손 엄청 닳았습니당,,ㅎㅎㅎ)

 

상상이나 됩니까,,

시삼촌 과 한방에서 지낸다는게

보수적인 교육을 받은 저는 첨엔 당황하고 민망해서 안절부절 했구요.

당연시하는 시어른께 속으로 화도 났지만,,어쩌지 못했어요.

 

그러고도 삼십년이 지났건만

ㅋㅋㅋ 제가 이나이에도 시집온 여자긴 하더군요.

내심 늘 섭섭한 맘이 없지 않아 있었죠,,누구 한사람 (남편까지도,,) 미안하단 말이 없었으니까요.

그런 제가  

질부 좋아한다고 사다주신 풋대추 한되에 봄눈 녹듯 스르르~ 그동안의 섭섭함이 녹아 버렸답니다.

 

'인내은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

이 격언이 제 경우에 적절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오늘 제가 그 열매가 얼마나 달디 단맛인지는  알았답니다.

"푸하하하하  으히히히 우헤헤헤,,,^^"

 

 

유정씨 읽고 웃지 마셈~~~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