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기를 쓰고 직원들이 놀게 하고, 직원들은 여기에 반발해 미친 듯이 일하는 회사가 있어 화제다. 이곳은 한번 입사하면 정리해고가 없고, 정년은 71세가 되는 생일날까지다. 여기에 연간 150일에 달하는 휴가, 임신 때마다 3년의 육아휴직, 5년마다 제공하는 전직원의 해외여행까지 있다. 이쯤 되면 과연 회사가 돈을 벌 생각이 있는지 의심이 든다. 그런데 문제의 이 회사는 연매출 2,500억엔을 내는 초우량기업이다. 이러한 성과는 대기업이 즐비한 일본의 전자업계에서 자본도, 인재도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이뤄낸 쾌거다.
1965년 직원 4명의 영세소기업으로 출발한 일본의 미라이공업은 흔히 ‘샐러리맨의 천국’으로 불린다. 그렇다고 이곳의 임금수준이 일본 전자업계 최고 수준인 것은 아니다. 비결은 ‘직원 제일주의’ 경영정책으로, 직원이 마음껏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든 데 있다.
1만8천개 아이디어가 회사 살렸다
미라이공업의 경영철학은 ‘남들과 같은 상품은 절대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결과 1만8,000여개의 아이디어 상품을 개발하는 저력을 보이고 있다. 이 중 90% 이상은 직원들의 자발적인 아이디어를 살린 특허상품이다. 이러한 경영철학을 세우게 된 계기는 일본정부가 같은 규격의 전기설비 생산을 의무화하면서부터다. 대기업과 같은 제품으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미라이공업은 남다른 제품이 아니면 만들지 않는 원칙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직원 4명의 영세 소기업으로는 한번에 여러 개의 제품을 개발할 여력도, 또 대기업에 맞설 품질을 유지할 수도 없었다. 회사 사정상 인재고용에 많은 돈을 들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라이공업은 평범한 직원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방법을 찾았다.
직원들은 매일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는데 채택여부와 관계없이 건당 5,000엔의 상금을 받는다. 또 회사정책으로 채택되면 상금은 수십만엔이다. 일본과 한국의 기업들이 ‘성과제’를 도입해 아이디어를 강요하는 사이, 미라이공업은 직원들의 창의적 사고를 생활화할 수 있는 제도를 갖췄고, 그 결과 1만8,000여개의 아이디어 상품이 회사를 키웠다.
비정규직으론 성과 못내
휴가제도, 정년, 육아휴직, 복지정책 등 미라이공업은 개발하는 제품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경영정책에서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를 이루고 있다. 1995년 일본이 거품경제 붕괴로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을 때도 비정규직 채용을 거부하고 800명에 달하는 직원을 정규직으로만 채용했다. 비정규직 전환이 결과적으로 기업 경쟁력에 치명적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실제로 일본내에서 박사급 인재채용이 가장 활발한 기업의 하나로 꼽히는 히타치는 90년대 비정규직을 늘린 결과, 원자력발전소 터빈에 쓰이는 부품이 부러지는 대형사고를 냈다. 미라이공업은 지난해 명절연휴에 직원들에게 일본 기업중 가장 긴 11일의 휴가를 줬지만, 올해는 이를 15일로 늘릴 계획이다. 일본내 2곳의 기업이 똑같이 11일의 휴가를 줬기 때문이다.
5년마다 보내는 해외여행도 독특하다. 당일 아침 제비뽑기를 통해 하와이, 플로리다, 유럽 등의 여행지가 결정된다. 이 때문에 미라이공업의 해외여행은 자주 방송에 소개된다. 이처럼 직원복지에 사활을 거는 것은 브랜드 효과 때문이다. 전세계 수많은 언론에 소개되며 화제를 낳는 독특한 경영정책으로 직원들은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산다. 그것이 회사에 대한 직원 충성도로 이어진다.
야마다아키오 미라이공업 창업주는 “한국과 일본의 많은 기업이 원가절감, 성과주의, 경영 효율화 등의 함정에 빠져 불만에 가득 찬 직원들을 만들고 있다”며 “한 사람의 CEO가 기업을 운영하는 곳과 800명의 직원이 CEO처럼 목숨 걸고 회사를 키우는 곳은 경쟁력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출처 : 창업경영신문사(www.sbiz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