思伺로운 이야기

부모님 이삿날, 이모님의 부고

무명_무소유 2022. 12. 25. 00:34

부모님의 한겨울 이삿 전날,
한분 남아 계신 막내 이모의 부고 소식..

호남지역의 폭설 예보에 밤새 형제들과 고민하다가 이삿짐을 부랴부랴 새집으로 옮기고 오후 3시 40분, 차 한대로 부모님을 모시고 나주로 향했다. 간혹 실신 직전까지 보이시는 증세 때문에 90세가 되시는 엄마께 차마 부고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출발했다.

경기를 벗어나자마자 눈보라가 시야를 가리고 어제 내린 눈도 제설되지 않은채 쌓인다. 다행히? 하행선은 통행량이 아주 드물다.
통행료 0원? 소요시간 5시간 가량...

나주에 도착해 엄마께 이모 소식을 전하고 장례식장에 들어설 때도 이해를 못하시던 엄마, 상주와 이모 사진 앞에 서시고는 알아보신다.
하지만 영정 앞에서 뒤돌아나와 식탁에 앉자마자 이내 왜 왔는지 바로 기억에서 지워지신다. ㅠ.ㅠ

늦은 저녁..위험한 빙판길로 다시 나섰다.
출근해야 하는 언니도, 발인 시간도 11시란다.
눈보라에 거센바람.. 최악의 기상 상황.
위험천만한 눈길을 언니가 운전한다.

한밤중인데다가 빗발치는 눈 때문에 오는 동안 이쁜 설경은 보이지 않는다.. 다들 지치고 졸린 상황.. 30분이라도 눈을 붙여보자 하며 들어선 휴게소. 시베리아 눈바라이 이럴까 싶은 처음 접한 눈바람... 차량 상태를 보니 낮은 기온에 바퀴 사이로 눈덩이들이 쌓여 쉬었다가는 바퀴가 얼어버려 운행조차 못할 상황이다.

다시 서둘러 쉼을 뒤로 하고 운전대를 잡았다. 새벽 4시에 무사 귀환.. 언니는 10년치 눈바람을 맞은것 같다 표현했다... 무사해서 참 다행이다. 통행료가 0원이었던 이유가 요래서..였다는걸. 하루가 지나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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